전세사기 원인은 취약한 전세시장에 있다

Editor’s Note

<흔들리는 전세 제도>는 불편한 마음으로 준비한 토스피드의 시리즈입니다. ‘전세사기’는 전세 제도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됐다고 해요. 하지만 이렇게 피해자가 늘어나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건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죠. 이 시리즈를 통해 각 부동산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박원갑 부동산시장 분석가이자 부동산학 박사의 첫 번째 글에서는 전세 제도가 가진 구조적 한계,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일을 담았어요.

“전세는 돈 떼일까 봐 무섭고, 월세는 다달이 내는 돈이 아깝고….”

요즘 세입자들이 겪는 이중고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하면서 전세를 구하는 세입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자칫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을 떼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그렇다고 월세로 내자니 그 돈이 아깝거니와 번거롭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전세와 월세 제도가 공존한다. 전세와 월세는 같은 주택 임대차 시장이지만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전세는 주거비가 저렴하지만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월세는 주거비가 과도하게 든다는 게 문제지만 전세처럼 갑작스럽게 오르고 내리지 않는다. 하지만 100년 이상 된 한국의 고유한 전세 제도도 비(非) 아파트를 시작으로 서서히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전세가 매매보다 불안정한 이유

“전세시장은 왜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건가요?” 전셋값이 한동안 급등하더니 최근 다시 급락하고 있다는 뉴스에 한 지인이 대뜸 물었다. 얼떨결에 “전세는 그 자체가 사금융이기 때문이니까요.”라고 얼버무렸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제대로 핵심을 얘기한 것 같았다.

전세 제도*는 한국의 독특한 임대차 제도다. 전세 제도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자 입장에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다. 주거 비용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전세, 자가, 월세 순으로 싸다. 외국인이 보기에 집값의 70~80%를 주인에게 맡겨놓고 조마조마하게 사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나름대로 주거비를 아끼려는 경제 논리가 반영된 것이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추천 인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