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 가는 인연을 구분해 인연을 맺어야 한다.” 법정 스님의 이 말씀은 특히 퇴직을 앞두거나 경험한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선다. 길가다 마주치는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것이다.
■ 관계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하버드대학교가 70여 년간 진행한 연구에서 밝혔듯이, 행복의 가장 큰 요인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학력, 부, 명예가 아닌 ‘좋은 인간관계’였다. 직장 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급여보다 인간관계가 직장 만족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외로움이 부르는 위험한 선택
퇴직 후 맞이하는 인간관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매일 마주하던 동료들과 헤어지고, 사회적 역할이 축소되면서 자연스럽게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서둘러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점이다.
■ 자랑은 관계의 독, 공감은 관계의 약
퇴직 후 인간관계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랑’이다. 자식 자랑, 재산 자랑, 과거 자랑은 순간적으로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소재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를 해치는 독이 될 수 있다. 대신 건강, 취미, 여가와 같은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늙어서 어느 날 갑자기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이 될 수는 없다”는 말처럼, 퇴직 후의 인간관계도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하루하루의 삶이 모여 인생이 되고 인격이 되듯, 매일의 진정성 있는 만남이 쌓여 의미 있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관계의 수가 아닌 질을 추구하는 지혜로운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